초조한 마음(Ungeduld des Herzens)
슈테판 츠바이크/이유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마리앙뜨와네뜨'와 '어제의 세계'를 읽고 집어든 책이 바로 '초조한 마음'이다.
'초조한 마음'은 츠바이크가 완성한 유일한 장편소설로
그리 얇지는 않지만 읽는 내내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더불어
초조한 마음으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1914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접경지역에 세계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몇 달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소설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작가가 소설속 주인공에게 단순히 들은 이야기를 옮겨 적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시작된다.
주인공 호프밀러소위는 헝가리 주둔지로 발령을 받아 무료하게 생활하던 중 그곳의 부유한 귀족인 케케스팔바의
집으로 초대를 받는다. 그곳에서 케케스팔바의 딸 에디트에게 춤을 요청하게 되면서 커다란 소동이 일어나고
바로 에디트가 불구라는 사실을 알게되며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에디트에게 꽃을 선물하면서
매일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자신의 처지로서는 누리지 못하는 부를 느끼면서 그 생활을 즐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에디트는 호프밀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게 되고 호프밀러는 단순한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대하는데...
작가는 연민을 두가지 종류 즉, 진정한 연민과 단순히 초조한 마음으로 생긴 잘못된 연민으로 나뉘는데
이 소설속 주인공 호프밀러와 에디트의 잘못된 연민에서 비롯된 관계와
콘도어 박사와 그의 눈먼 아내의 진정한 연민에서의 관계를 통해서 서로 대비되는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불구인 에디트에게 느끼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잘못된 연민으로 인해 감상적으로 행동하고 후에 이에대해 후회하는 주인공에게
일관성있게 자신의 실수로 눈먼 환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는 책임감있는 행동을 하는 콘도어 박사는 진정한 충고를 하지만
호프밀러는 자신의 감정조절에 실패하여 늪으로 빠져들어 그녀와 강제로 약혼을 하게 되지만 동료들 앞에서는 약혼 사실을 부인하는
이중 행동으로(나중에는 그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은 에디트는 자살을 하게 되고 그녀의 아버지 또한 며칠후 죽는 비극적 결말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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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을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처음 몇 번 맞을 때에는 마음이 진정되고 통증도 없애주죠. 그렇지만 우리의 신체나
정신은 모두 놀라울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답니다. 신경이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찾게 되는 것처럼 감정은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옆에서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되죠. 언젠가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그 거절 때문에 환자가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도 자신을 더 증오하게 될지라도 그렇게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 235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심장이 쿵쾅쿵광 뛰는 바람에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옆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압박했다.
잘 차려입은 고상한 사람들 사이에 혼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것처럼 나는 벌써부터 조명이 켜지고 내 정체가 발각되는 순간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결국 나는 1막이 끝나고 조명이 채 켜지기도 전에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아주 신속하게 빠져나왔기 때문에 그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나는 양심이 기억하는 한
그 어떤 죄도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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