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예술을 삶이 모방한다는 유미주의 예술론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자아분열'이나 '분신'을 모티브로 삼아
작가 특유의 유미주의적이고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넘어서며
세사람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화가인 바질 홀워드 - 도리언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며 그 모습을 화폭에 담아 미를 창조해낸 이상적인 예술가
친구 헨리 경 - 지위와 부가 있고 도리언의 삶을 이끈 유미주의 설교자이자 냉소적인 댄디
그리고 초상화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 -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감각적이고 쾌락적인 욕망에 탐닉하는 유미주의자
도리언 그레이는 화가인 바질 홀워드에게서 자신의 영혼이 담긴 초상화와
영원히 늙지 않은 탐미적이고 젊은 육체를 바꾼다.
육체는 언제나 젊음과 매력으로 넘치며 쾌락에 빠져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사이
초상화는 악마의 영혼이 깃들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추악하고 잔인한 그림으로 변해가면서
점점 도리언 그레이를 파멸로 이끈다.
스스로 악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도리언 그레이는
결국 자살이라는 비극을 선택한다.
'바질 홀워드는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고, 헨리 경은 세상이 바라보는 저의 모습이며,
도리언은 제가 되고 싶어 하는 저의 모습입니다.' - 오스카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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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화가가 감정을 품고 그린 초상화는 모두 모델이 아닌 화가 자신의 초상화라고 할 수 있어.
모델은 그저 우연히, 화가가 그린 초상화의 대상이 됐을 뿐이야. 화가가 그림으로 드러낸 인물은 모델이 아니야.
채색된 캔버스 위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오히려 화가 자신이라고.
이 그림을 전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 영혼의 비밀을 그림에 드러낸게 두렵기 때문이네." - 17
감정적인 인생에서의 충실함이란 지성적인 인생에서의 고집스런 일관성과 같은 거라네.
한마디로 인생 실패자임을 고백하는 꼴이지. 충실함이라고! 나는 언젠가 그것을 분석해볼 거야.
그 충실함에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 숨어 있어. - 84
영혼과 육체, 육체와 영혼. 이 둘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영혼에도 동물적인 속성이 있으며,
육체에도 영적인 순간이 있다. 감각이 순화될 수도 있으며, 지성이 타락할 수도 있다. -97
영원한 젊음, 무한한 열정, 미묘하고 은밀한 쾌락, 격렬한 기쁨, 그리고 더욱더 격렬한 죄악들. 이 모든 것을
소유하리라 결심했다. 그의 치욕스러운 짐은 초상화가 모두 짊어질 것이다. 그뿐이었다. - 169
결국 불안감은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이 거대한 광속으로 휩쓸려 절벽이 벌리고 있는 삐쭉삐쭉한
아가리의 어두운 심연속으로 빨려드는 동안, 시간은 납으로 된 두 발을 끌면서 기어가는 것만 같았다.- 261
슬픔을 그린 그림처럼
심장이 없는 얼굴.
그래요. 초상화는 바로 그런 느낌이었어요.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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