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러브 인 뉴욕 - 올 댓 재즈

이사벨라아나 2012. 10. 13. 22:18

시나브로 깊어가는 가을날 밤에 '러브 인 뉴욕 - 올 댓 재즈' 공연을 보러

성균관대 새천년홀로 가는 길은 오랜만에 대학 캠퍼스를 걸어서일까?

요즘 변해버린 대학가의 풍경이 참으로 생경스러우면서도

옛돌담을 끼고 오르는 길이 제법 운치가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전 관람석쪽에 조명이 비추면서 무용수의 화려한 동작과 더불어

압도적이고 역동적인 춤의 향연으로 막이 올랐다. 

제목이 뉴욕에서의 사랑이라 재즈와 뉴욕이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거 같았는데 역시 춤이었다.

5년전 사랑했던 여인을 남겨두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날아온 머나먼 땅 미국 뉴욕에서 유태민은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큰 교통사고로 인해 한쪽다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불행한 일을 겪는다.

남아있던 여자친구 서유라와의 연락은 끊어버리고,

또한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무용가의 꿈을 접고 대신 안무가로 나서 크게 성공한 유태민.

케이블방송국 PD의 신분인 서유라는 느닷없이 뉴욕에서 성공한 데니얼이라는 안무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카메라기자와 함께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그 곳에서 옛연인이었던 유태민과 재회한다.

뉴욕에서 만난 옛사랑.

서로의 오해로 빚어진 갈등은 서서히 풀어가고 '내가 너였다면 넌 어떻게 했을까? ' 하는 대사가 특히 더

기억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흔히 불행한 일을 당하면 상대방을 위해서 그 사실을 숨긴다.

그게 진짜 상대방을 위하는 일일까? 하는 잘못된 생각이 어느 누구라도 그 사람을 지극히 사랑한다면

그렇게 선택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진짜 사랑한다면 그것마저 감수해 줄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동적인 선의 동작과 화려하면서도 현란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젊음이라는 그들만의 파워와 그 속에서 뿜어내는 무한한 열정이 전달되는 듯

내내 시선을 무대위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뉴욕이 주는 화려함과 그 이면의 쓸쓸한 이야기들이 춤과 노래로 때로는 대사로 함께 어우러져

10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한편의 가슴따듯한 드라마로 다가왔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나 춤이  훌륭했지만 그래도 백미를 꼽자면 단연 카메라 촬영기자로 분했던 김도진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춤과 노래로 어우려지는 한편의 재즈 뮤지컬은 즉흥적인듯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다가와

깊숙히 내재되어 숨쉬고 있던 마른 감성을 마구 끄집어 내게 했다.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가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왔던 시간이어서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데 다시 포스터를 향해 공연했던 배우이름들을 자연스럽게 한번 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