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을 보고

이사벨라아나 2012. 9. 15. 10:31

어둠이 내린 금요일 저녁 8시 타임의 공연을 보기위해

부랴부랴 전철을 타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참으로 간만에 만나는 지인과 아트원씨에터로 향했다.

대학로는 언제나 젊은이들의 활기로 넘쳐 갈 때마다 어떤 보이지 않는 밝은 기를 얻는 것 같아서

그곳에 가는 그 자체가 참으로 즐겁다.

약도가 전혀 생각이 안나 잠시 방황하다 보니

주변에 친절하게도 이정표가 눈에 띄어 표시한대로 따라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경희궁에서 공연되었다는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더 뮤지컬 어워즈 소극장 창작뮤지컬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서 1관으로 들어가니

좌석이 무대에서 꽤나 가깝고 정가운데에 있어 제대로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네모박스에 조명이 맞춰지면서 리드미컬한 춤을 춤면서 배우들이 나란히 등장했다.

제목이 왕세자 실종사건이었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린나이에 궁궐 나인으로 들어와 중전의 총애를 받지만 왕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린 자숙과

궁밖에서 씩튼 사랑을 못잊어 과감하게 거세를 당하며까지 내시가 되어

사랑하는 여인을 몰래 만나는 구동의

슬프고도 가슴아픈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시때때로 자숙을 위해 살구를 따다 주는데

 시리디 시린 살구처럼

자숙을 향한 구동의 사랑은 참으로 시리게 전해져왔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만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구동의

질퍽한 땀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배우의 열연에 흠뻑 빠졌다.

 

무대장치도 전혀없고 음향도 북소리만이 있을 뿐이지만 출연하는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효과음이 궁궐의 싸한 분위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중간중간에 최상궁과 하내관이 이루어내는 코믹적인 부분도 재밌었고

의관이 진맥하는 장면은 마치 판토마임을 연출하듯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스토리 전개또한 과거에서 현재로 또 계속 반복적이면서도

특이하게 전달하는 기법이  독특하게 전해져왔다.

 

공연내내 실종된 세자마마를 찾는 애처로운 모습으로 시종 일관하는 보모상궁을 맡은 배우가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형태의 특별한 뮤지컬을 볼 수 있어서 뿌듯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문이 닫힌 매표소)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브 인 뉴욕 - 올 댓 재즈  (0) 2012.10.13
재즈 파크 - 소울로지 공연  (0) 2012.09.19
파주 포크페스티벌  (0) 2012.09.10
북콘서트  (0) 2012.07.31
김가온 재즈 피아니스트 공연  (0) 201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