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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

이사벨라아나 2012. 4. 22. 17:41

 

 

작가의 또다른 책 '필름속의 걷다' 이후 영화속 장소를 찾아 천일동안 열두편의 영화와

그 자취를 따라서 자신의 발자국을 직접 찍으면서 영화이야기와 더불어 멋진 풍광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시작으로 원스, 스타워즈, 맘마미아, 말할 수 없는 비밀, 캐스트어웨이, 폭풍의 언덕등

영화가 담았던 그대로의 장면을 들여다보는 듯 하면서도

낭만적인 아름다운 사진들과 더불어 여행내내 경험한 작가의 사소한 잔상들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특히 배경이 되었던 장소에서 영화속 ost를 들으며 음악과 함께하는 그의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곳으로 나를 인도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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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사색이 자기 자신과 나누는 치열한 대화에 가깝다면, 명상은 오히려 기다림의 웅덩이 속으로 천천히 몸을 담그는 행위와 흡사하다.

사색은 더할수록 이롭고, 명상은 뺄수록 좋다. - 71 -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척박하고 메마르며 불편하게만 보이는 생활공간에서 메쉬르가 입을 열었다.

"제겐 지금 이 생활이 가장 편안합니다." - 80 -

 

슬픔과 기쁨도, 멀리서 보면 언덕의 이쪽과 저쪽 정도의 차이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이승 밖의 세상을 피안이라는 말로 지칭하는 것을 보면, 삶과 죽음의 간격도 그리 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 86 -

 

죽음은 단 한순간이지만,

삶은 수많은 순간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모성은 요동치는 그 많은 순간들의 아득한 본향이다. - 99 -

 

해변 바위 틈에 피어 있던 마거리트꽃 한송이를 꺾었다.

그리스의 연인들은 상대의 사랑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 꽃잎을 차례로 따내면서 은밀히 테스트한다는 말을

전날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를 사랑해'와 '나를 사랑하지 않아'를 번갈아 되뇌면서 하나씩 따다가 마지막 꽃잎이

둘 중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랑의 운명을 추측한다는 것이었다. - 135 -

 

균질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기억되지 않는다.

아주 느리게 가거나 그와 정반대로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 시간,

혹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시간만이 기억된다. - 146 -

 

무인도의 낭만과 공포, 절해고도의 한자어 '절'은 절경과 절망이란 단어 모두에서 사용된다.

이를테면 우리를 매혹시키거나 좌절시키는 것은 언제나,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망망대해 위의 그 무엇이다 - 159 -

 

고독은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위에 있지 않다.

언제나 그것은 북적대는 시장 한복판이나

모두들 떠들썩하게 술잔을 비워대는 술집같은 곳에 있다. -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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