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두꺼워 읽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집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버어지니아 울프는 평생 일기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중에 책과 글쓰기에 관련된 일기만 남편 레너드에 의해 따로 추려서 책으로 엮은 그녀의 일기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자체가 글쓰기의 연속이자 책읽기와 그에 관한 서평쓰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로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책판매로 인해 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 글을 쓰는 버어지니아를 발견한다.
자주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하고 자신이 쓰고 있는 책의 진척 정도를 기록하여 날마다의 진행을 알 수 있다.
특히 완성된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지극히 고통으로 여기는 것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프루스트의 글에서 자살하고 싶을 정도의 자괴감을 맛보았다고 하고 일리아드에 대한 서평은 잔혹하리 만치 비판적이다.
두번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으로 분류하는 버어지니아.
마치 그녀의 세계에 들어간 듯 자세하게 그녀의 작품세계와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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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나는 더욱더 고독해진다. 기분의 부침에서 오는 고통은 가늠할 수가 없고 또 나는 그것을 설명할 수도 없다. - 133
교정은 글을 쓰는 일 가운데서 가장 오싹한 부분이며 가장 우울하고, 가장 힘겨운 부분이다. - 141
푸르스트의 특징은 극도의 감수성과 극도의 끈기가 한데 엮어있다는 점이다.
푸르스트는 고양이 힘줄만큼 질기고, 나비 날개의 가루만큼이나 덧없다.
푸르스트는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동시에 나로 하여금 내 문장 하나하나에 화를 내게 만들 것이다. - 143
읽을 때는 맹렬하게, 그러면서 정확하게 읽자. 그렇지 않으면 나는 자꾸만 건너뛰게 된다 - 256
이처럼 세월은 흘러간다.
가끔 나는 자문해본다. 어린애가 은빛 공에 홀리듯 나는 인생에 의해 최면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이것이 산다는 것이냐고. 이것은 매우 빠르고, 반짝거리고, 자극적이다. 그러나 어쩌면 천박할는지 모른다.
나는 인생이라는 공을 두 손에 들고, 그 둥글고, 매끄럽고, 무거운 감촉을 조용히 느끼면서, 그렇게 며칠이고 가지고 있고 싶다. - 255
조용하지도, 천국같지도 않은 아침.
지옥과 황홀이 뒤섞인 아침. - 457
내 생각의 모든 갈라진 틈에 햇볕을 쪼이겠다. -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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