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미술관을 가는 계기로 읽게 되었던 책.
책의 두께를 보고 지루하면 어떡하나 하면서 펼쳤는데 의외로 소설로 쓰인 한 인물의 문화재 수집이야기는
바로 그 속에 빠져 들 만큼 실로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깊이 다가왔다.
미술관은 그저 이름만 들었을 뿐인데 우연히 가게 된 것도 그렇고 덕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나름 뿌듯함까지 들 정도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스물네 살의 어린 나이에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청년 전형필.
친구로 인해 미술 선생님 댁에 드나들면서 관심을 끌게 된 그림.
일제 강점기에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자신이 앞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로
문화재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스승 오세창을 만나면서 서화와 전적을 보는 심미안을 갖게 되고 깊은 산 속에서 흐르는 물과 늦게 시드는 소나무라는 뜻의
간송이라는 아호를 받는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소장된 유물들을 사진으로 보면서 미술관에 가면 다 볼 수 있겠지 라는 나름대로 기대했는데
봄, 가을 단 두 차례로 기획전시회가 열려 책 속에 있는 유명한 유물들을 보지 못해 약간 아쉬웠다.
책 속에 있는 그림들 중 전시된 그림은 5점인 거 같다.
서화를 수집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고초와 더불어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유물 하나하나를 소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각별한 민족의식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
단순한 수집이 아닌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명품 위주로 수집해서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한다.
송병준의 집에서 사용하던 불쏘시개를 우연히 발견하여 건진 겸재 정선의 화첩도 그렇고
참기름 병으로 쓰이던 조선백자를 1원을 덧붙여 판 것이 나중에는 6,000원에 팔린 사연.
일본으로 유출되어 그곳까지 건너가 다시 사온 석등과 석탑들.
국보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얻기까지의 그 위험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발굴한 그의 의지.
언제 해방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수집하고 보화각이라는 개인 박물관을 건설하고,
6.25 전쟁 때도 피난 가지 않고 근처에 몰래 숨어서 지내면서도 오로지 수장품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쏟은 집념.
과연 우리 문화가 담겨 있는 민족의 얼을 개인의 엄청난 재산을 털어 계승시킨 분이 아닌가 싶다.
======================================================================================================
미술관에서 본 책 속의 그림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 정금희 (0) | 2010.11.03 |
---|---|
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0) | 2010.10.31 |
허수아비 춤 - 조정래 장편소설 (0) | 2010.10.18 |
무탄트 메세지 - 말로 모건 (0) | 2010.10.10 |
침대와 책 - 정혜윤 (0) | 2010.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