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자꾸 그의 책을 읽는 지 모르겠다.
산문집은 시골생활의 여유가 그저 편안하게 다가 와서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어서 좋고
책에 취해 마음가는 대로 썼다는 독서일기인 이 책은
그의 여러 방면의 책읽기에 대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또 읽은 책에 대해 어떤 평을 썼는지 궁금해서 무조건 읽고 싶었다.
최소한 하루에 한권 씩은 읽으려 한다는 그의 책읽기는
과연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느끼며
그것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책만 읽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의 삶이 부러웠다.
책장을 처음 펼치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글귀가 있다.
- 쟁기와 칼은 손의 확장이다. 망원경은 눈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그 이상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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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느림과 기억,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실존 수학에서 말하는 기본 방정식이 성립한다.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은 발걸음을 늦추고, 빨리 잊고자 하는 사람은 발걸음이 빨라진다.
익명의 서술자 목소리는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고 한다.
~ "그가 발걸음을 빨리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주길 이제 더이상 바라지 않음, 자신에게 지쳤고,
자신을 역겨워하고 있으며, 스스로 기억의 그 간들거리는
작은 불꽃을 훅 불어 꺼버리고 싶음을" 개닫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 밀란 쿤데라의 '느림'편에서 -
왜 떠나고 싶은 것인가.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낯익은 세계가 아닌 낯선 세계 속으로,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몇 년을 살아보고 싶은 이 욕망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욕망의 실체는 무거움에서 도피하는 것이다.
의미 있는 것, 가치 있는 것, 심각한 것, 이 모든 것은 다 무게를 갖는다. - 레비 스트로스 '슬픈 열대'편에서 -
우리는 항상 삶이라는 여행가방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담는 데 시간을 다 쓰느라 정작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여행가방은 항상 금욕을 요구한다. 그 금욕을 따른다면 여행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우리는 여행가방 안에 항상 더 많은 욕망을 구겨 넣는다.
그래서 여행은 그 무겁게 채워 넣은 여행가방 때문에 고단한 여정이 되고 만다.
대개의 경우 인생의 고난과 시련은 스스로 자초하는 것들이다. - 김수영 '열대 오지에서 보낸 한 달 안식월'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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