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찬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
책 속에 간간이 들어있는 시골 풍경 사진들이 편하게 다가왔다.
시골생활을 하면서 철저한 고독을 느끼며 삶자체가 평화롭고 침묵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방대한 책읽기와 함께 글쓰기, 걷기와 달리기, 그리고 산책의 여유가 담겨있다.
흐르는 시간은 진정 속도가 없음에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저마다 그것에 속도의 차이를 느낀다.
도시의 삶에 지쳐 절망과 불안으로 가득차 있던 그 곳 생활에서 과감히 벗어나
깨끗한 자연이 주는 청명한 새벽과 모차르트의 음악과 조용하고 아늑한 느린 시골에서의 삶.
주변의 자연물과 더불어 사는 지극히 단조롭고 나른한 생활의 연속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단상들이
복잡한 도시생활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
책 속에서
언제나 여름은 돌연 끝나버린다. 붉고 노란 잎들을 발치에 수북하게 떨어뜨리는 활엽의 나무들,
갈색으로 마른 풀들,
방충망에 날아와 그대로 죽어버린 개미,
차가운 이슬에 젖어 새벽 길바닥에 함부로 떨어져 있는 날벌레들.......
모든 가을은 항상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모든 가을은 언제나 처음 오는 계절이다.
그것은 정신보다 먼저 몸으로 인지된다.
인간이 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동안 유전자 구조 속에 축적된 기억으로 내 몸은
이미 가을을 인지하고 그것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가을이 품고 있는 것은 조락과 동면, 죽음이다.
가을이 쓸쓸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아직 우리의 정신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있을 때 몸은 가을의 저 유서 깊은 정서를 수납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 한없이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장 어디론가 떠나라!
커피 스푼으로 일생을 되질하며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떠난다는 것은 늘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하지만,
다시 돌아온 자들은 떠날 때의 그들이 아니다.
한 꺼플 허물을 벗은 곤충처럼, 돌아온 그들에겐 낯선 성숙의 그림자가 깃들여 있다.
알 수 없는 것.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은 사람의 혼을 타오르게 한다.
오, 우리 삶 자체가 끊임없는 출발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출발은 수없이 많은 알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들을 은닉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만남들이 우리의 운명을 만들어낸다. 무엇을 찾겠다는 목표도 없이.......
열정이 휘발되어버린 자리에는 그것의 잔재인 증오도 슬픔도 없다.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서도 연락이 없다.
나는 섬과 같이 고립되어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나는 혼자이고, 지독한 외로움이 온몸에 퍼진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바로 그 순간에 외로움이 기습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앞으로 펼쳐질 멋진 그 무엇을 위한 전주곡이 아니다.
외로움은 그 자체로 완벽한 교향곡이다.
나는 날마다 그 교향곡에 빠져 산다.
모든 악장과 소절들에서 울려나오는 악기들의 음들을 전부 외울 정도다.
사랑이 부재한 삶이 가 닿는 종착역은 외로움이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글 긴 침묵 - 미셸 투르니에 (0) | 2010.07.17 |
---|---|
취서만필 - 장석주 (0) | 2010.07.11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0) | 2010.07.06 |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 최영미 산문집 (0) | 2010.07.05 |
핫하우스 플라워 - 마고 버윈 (0) | 2010.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