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이끌려 빌려온 책.
화가 출신인 이 작가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과 '시대의 우울'이었던가 하는 산문집을 읽고
'우연히 내일기를 엿보게될 ...'를 읽다가 그냥 덮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그의 산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앞부분에는 유럽의 프랑스에서 부터 이탈리아, 독일 등과 미국을 여행하면서
특히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전문적인 작가의 그림을 보는 시각이 세세하게 표현되었다.
미국방문에서 오바마의 열렬한 팬이어서 시카고 까지 가서 그의 흔적을 헤맨 이야기.
10여년 동안 여행가방을 꾸리며 완벽한 여행을 꿈꾸어 왔지만 그 세월동안 깨달은 것은
여행 또한 또다른 삶의 복사판이라는 것을...
미술 뿐만아니라 문학과 영화 등의 사소한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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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무엇보다도 그는 정열적인 인간이었다. 소외된 자들에 대한 그의 깊은(때로는 정상에서 벗어난) 애정은
네덜란드 시기의 대표작인 <감자 먹는 사람들>에 잘 나타난다. 탄광촌에서 일하는 가족의 식사 장면이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 비견될 만한 엄숙한 거룩함으로 빛난다. 거룩하며 동시에 동물적으로 그려졌다.
지상에서 그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양식인 구운 감자를 먹는 시커먼 얼굴들은 감자처럼 투박하며, 그들의
이목구비는 동물처럼 일그러져 보인다. -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에 대해
박수근이 그린 사람들, 가난한 자들은 말이 없다. 화면 속에서 서로의 시선이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캔버스의 틀 안에 갇힌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옆모습을 하고 있다.
거의 직선에 가까운 단순한 선묘로 그려진 인물들의 눈, 코, 입에서는 개성을 찾기가 거의 힘들다.
요컨대 우리는 화면 속의 그들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익명성, 말없음은
역설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림 속의 누추한 여인은 바로 당신의,
혹은 나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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