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가지 화초의 비밀
식물과는 영 인연이 없었던 내게 그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읽고 싶게 만든 책.
특히, 줄리아 로버츠 주연으로 이미 영화 제작을 계획했다는 것에 책장 한장 한장을 넘기면서
영화가 된다면 밀림 속의 이런 장면 하나 하나 들이 화면으로 비춰지면 어떨 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화분이 있는 집에 가면 왠지 따스함과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평화로운 기운이 내뱉어져 신선해 짐을 느껴
화초를 키우고 싶은 욕망에 해마다 봄이 되면 키우기 쉽다는 화분을 몇 개 들여놓지만 이상하게도
여지없이 실패로 돌아가는 나는 어쩌면 식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광고계의 미시족 뉴요커 릴라 그레이스 노바.
남편과 이혼으로 맨하턴에서 다시 유니온 스퀘어로 이사를 해 홀로 살게 된 아파트에 들여놓을
식물을 사기 위해 근처 그린 마켓에 화초를 사러 간다.
거기서 만난 남자 엑슬리에게 극락조화라는 화분을 사서 그것을 위해 극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엑슬리에게서 자신이 진정한 식물 친화형 인간이라는 말을 듣고 식물들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
광고 촬영도중 우연히 유리방안에서 모델의 스트리퍼를 훔쳐보는 상사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한 채 무작정 맨허턴으로 가는 전철을 탄다.
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보게된 식물로 가득찬 빨래방으로 발걸음이 옮겨지고
거기서 그곳 주인인 아르망으로부터 나비단풍의 가지를 받아 온다.
아르망은 그 가지가 뿌리가 내리면 빨래방 지하실에 있는
아홉가지의 신비한 화초를 보여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나비단풍의 가지가 뿌리를 내리면서 그녀에게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데
자신이 비밀을 지키지 못하고 엑슬리에게 비밀의 화초를 말하면서
빨래방에 있던 아홉가지 신비의 화초를 엑슬리에게 도둑을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죄책감에 벗어나지 못한 채 아르망으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아홉가지의 화초를 찾으러 멕시코의 또다른 자신의 집인 카사블랑카로 갈 것을.
이 책을 읽으면 마치 마법과도 같은 보이지 않는 이끌림에 의해 화초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우연이든 아니든 간에 그것에 지배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최면에 빠져 정신없이 환락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결코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밀림속의 아홉가지의 신비한 화초를 차지하겠다는 욕망으로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위험지대인 멕시코의 유타칸 반도 밀림지역의
카사블랑카를 향해 가면서 겪는 온갖 모험들.
아홉이라는 숫자는 한자리 숫자에서 가장 큰 완전한 수로 이 책에서는
인간이 갈망하는 재물, 권력, 마법, 지식, 모험, 자유, 불멸, 섹스, 그리고 사랑을 뜻하는데
이 아홉가지 화초 즉,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뜻하는 글록시니아를 비롯
마법의 식물인 맨드레이크, 여성의 성적매력을 상징하는 신세밀라,
그밖에 밤나팔꽃, 멕시코 소철, 카카오, 치커리, 다투라, 은방울꽃을 가지면
누구라도 완벽해 진다고 유혹해 그곳으로 떠나게 했던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끌림에 의해 새로운 세계로 거침없이
빠져드는 그 모습은 진정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방향으로 끝나고 마는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나중에는 소날리(아르망의 아내)가 갈망하던 멸종된 화초인 브로멜리아드 종인 이름 없는 열정의 화초를
얻기위해 빨래방 부부의 꼬임에 넘어가게 된 걸 알지만
수십번 죽었다 살아나는 밀림속의 모험이 그녀의 생에 있어서 그리 싫지만은 않은
오히려 그것으로인해 사랑과 함께 온갖 재물까지 손에 거머줄 기회를 안고 다시 뉴욕으로 가지만
결국은 다시 밀림속으로 돌아갈 것인가하는 운명을 나비단풍 가지가 뿌리를 내리는지에 맡기는 그녀.
때로는 운명은 식물의 뿌리가 나는지 안나는지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는
어떤면에서는 참으로 가볍게 다가오는 그것에
인생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그리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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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식물들은 자기힘으로 옮겨갈 수 없기 때문에 뿌리를 필요로 하는 거라오.
뿌리는 식물이 바람에 떠밀려 사방으로 날아가는 걸 막아주니
식물에 큰 기여를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의지대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뿌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쓸데없는 존재인 거야.
대게 우리 인간들은 한곳에 매여 있길 원하지 않는다오.
하여 우리는 이동하고자 할 대 뿌리를 떼어내야 하는데 그러면 상처가 되니,
결국 현재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눌러앉고 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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