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당나귀들 - 배수아

이사벨라아나 2010. 6. 20. 23:13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란 책속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읽으면서 꼭 읽어보리라 하면서 빌려온 책인데

장편소설이라지만 그녀의 책이 좀 그렇듯이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서 읽은 책.

소설의 줄거리 보다는 그녀 내면 세계의 정신적 사색의 표현이랄까?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동물의 생'을 시작으로

<나는 내가 믿는 것을 말한다. 나는 나이 많은 여자다. 믿지도 않는 것을 말할

시간이 내게는 더 이상 없다.>를 인용함으로써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중간 중간 짧은 스토리가 있지만 대부분

그녀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취향 뿐아니라 읽었던 책 이야기와 

다양한 고음악의 음악가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클래식 음악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

책 속에서

 

'영혼은 병들고 지쳐 고독이라는 동반을 갈망할 때 염세의 옷을 걸치고 찾아가는 마지막 깊은 동굴,

그것의 이름이 바로 검은 개.' - 영국의 평론가 버나드 레빈

 

나이 듦은 우리를 진정으로 '우울'하게 만든다. 그것 말고 다른 경로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우울로 우리를 인도한다.

나이 듦 자체의 슬픔만으로도 너무나 견딜 수 없어 우리의 정신은 차라리 병들고 마는 것이리라.

 

마지막을 향한다는 것 이외의 다른 어떤 의미나 의지도 없는 삶의 단계.

오직 산을 오르기에만, 사막을 건너기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찬사를 보내듯이 나도 그들에게 경외를 바치리라.

그 시간이 다가오면 눈앞에서 진흙의 비가 내린다는 것을 그때는 아직 몰랐다.

그들은 어떤 비밀을 가슴에 지니고 지나가는가.

그들은 불행할까, 행복할까. 그들은 흐느껴 울까.

끝없이 이어지는 목쉰 중얼거림.그들이 앞서 들은 것,

나도 마침내 듣게 될까.

그들은 위안을 얻을까.

나도 그 비밀을 가지게 될까.

나는 밤새 창가에서 귀를 기울이고, 응시하고, 기다린다.

단 한 번의, 마지막 순간에만 찾아오는, 세상에서 가장 염세적인 위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