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데 있어서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하고 누가 물어볼 때 바로 이거다 하는 대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래도 물질적인 빈곤보다는 정신적으로 고달프지 않는
마음속의 내면의 평화가 그 중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장자 에 대한 책을 읽으니 과연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철학적인 사상이 '공자님 말씀'처럼 당연한 것이 아닌
어떤 일에도 심각할 일이 전혀 없이 우화와 풍자로 인생을 자연과 더불어 유희적으로 살아가는 멋을 아는 분이라는 것이
세속적이지 않고 순수하고 낙천적인 어린아이의 마음마냥 느껴졌다.
다소 접하기 어려운 장자 이야기가 21세기 첨단시대를 달리고 있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과연 인생의 행복한 조건이 무엇인지 아주 당연하게 많이 들어왔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우매한 인간에게
한템포 느리게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다 주면서 비록 작가의 표현에 의해서이지만
원전이 아닌 쉬운 문장으로 읽을 수 있어 지극히 이기적인 재물의 욕심이나, 사랑, 우정에 얽매인 현실적인 문제를
역설적인 우화를 통해 일침을 가하는 장자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장자'에 실린 여러 편의 내용을 현시대에 맞게 인용함으로써 잘 알려진 금언, 명언, 속담, 격언이 아닌
역설과 유머와 그 특유의 신랄함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면서 망하기 직전의 송나라 때 태어난 장주는 잘못된 시대적흐름 탓인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매사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죽음마저 달관의 경지로
자연의 거스를 수 없는 이치에 따르는 것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 속에서
어떠한 난관에 부딪힐 지언정 그 특유의 우화로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도인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부귀영화는 공기 중의 먼지와 같은 것이라 여기며 마음을 비우면 여유롭고 자유로워 지고 그것은
즐거움으로 이어져 죽음마저 웃음으로 맞이 하는 장주의 메시지.
특히, 이 책에서는 포정해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19년 동안 소를 잡은 백정의 칼이 결코 무디지 않는 이유가
살아 있는 소의 복잡한 관절, 난해한 힘줄과 근육 그리고 얽히고 설킨 살점 등을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면서
힘들고 복잡한 부위는 온 정신을 집중하여 마음을 쏟으면 어떤 부위도 손상없는 칼날을 유지한 채 소를 잡는 것이 마치 예술로 보이듯
복잡한 인간관계 또한 막무가내로 밀어부치기가 아닌 순리에 맡긴다는 지극히 겸손된 마음가짐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즐거워 질 수 있으며 그것은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이 사자성어를 좋아한다는 어느 작자의 글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어찌보면 장주의 나비꿈 이야기처럼 인생은 한바탕 꿈일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왜 힘들게 아웅다웅 하면서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찾으며 방황하고 있는지 심각한 회의에 빠지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그냥 습관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고 나비는 나비이므로 분명히 구별된다. 그러나 누구의 입장에서 무슨 기준으로 구별할 것인가? 사물과 나의 경계가 사라져
물아일체(物我一體 )가 되기를 바란다' (P.82)
굵고 짧게 사는 인생이 아닌 가늘지만 길게 그리고 여유롭고 평안한 삶을 권고하고,
덜 가지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원리를 당부한 장주.
그밖에 재물에 대해서, 명예와 인기,업적에 대한 압박을 벗어버리고,
인생자체를 자연스러움으로 기교가 아닌 마음으로 빚으라는 장주의 사상은
종교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과연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비록 작가를 통해 간접적으로'장자'를 접하였지만
어려운 중국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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