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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김연수)

이사벨라아나 2010. 6. 2. 23:04

청춘의 문장들.

아마 서른다섯살즈음에 쓴산문집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청소년기의 풋풋했던 사랑과

어려웠던 대학시절 가난한환경에서 오는 고생스러움 등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놓은 책.

시를 쓰고자 꿈꾸어 왔던 작가로서의 젊은 날 흘러간 시간과 더불어

옛 문인들의 문장들이 함께 하는 책이다.

이덕무가 스물 세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그리워 하여 쓴 시에서 작가는

[슬픔을 말하지 않고 '공자가 아니었더라면'이라고 말하는 사람, 스스로를 견디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하지 않고

'생선을 맨손으로 뒤집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눈에 맺힌 눈물자국이 아직도 눈에 보이는 듯하다.] 고 표현한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글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중세와 추리소설에 대해 잘안다고 여자 친구들의 권유로 인해 '장미의 이름'을 썼다던가

추리소설의 달인이라고 자기 스스로 외치면서 결국은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될만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반다인.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의 먹고 살기 위한 글쓰기,

유명한 언어학자였던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단지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책을 찾다가 직접 쓴 책이라는 데

이와는 달리 일반인이 쓴 소설이 크게 인정받았을 때  '키친 테이블 노블' 이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다는 것.

그것을 긁적이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은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에서도 나온 듯하다.

전문적인 작가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데 그래서 그렇게 키친 테이블 노블에

애잔함을 느꼈을까?

작가는 스스로를 도넛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가운데가 뻥뚫려 있는 도넛.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가운데가 채워지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깨달음.

삶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때로는 한문장이면 충분하다는 작가.

그의 청춘의 문장들은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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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벽'이란 병이 될 정도로 어떤 대상에 빠져 사는 것. 그게 사람이 마땅히 할 일이라면 내가 문학을 하는 이유는

역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여러 모로 문제가 많은 인간이다.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싫은 마음을 얼굴에 표시내는 종류의 인간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 나는 한없이 견딜 수 있다.

매번 더이상 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 때까지 글을 쓰고 난 뒤에도 한 번 더 고쳐본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그때 내존재는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다.

 

Ten Days of Happiness - 열흘 동안의 행복, 그정도면 충분하다. 문학을 하는 이유로도, 살아가거나 사랑하는 이유로도.

 

나는 그 언덕에서의 삶이 내겐 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된다.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버렸다.

이미 저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