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그 속에서 의외로 프루스트의 인용글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 책 또한 아니 에르노의 탐닉에서 수없이 인용된 그의 문구들에 꼭 읽어보고 싶어 빌려왔는데
내용이 쉽지가 않다.
오래전 그의 유명한 책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을 읽다가
도대체 걷잡을 수없이 들어가는 세계에 아연실색하여
나도 모르게 그냥 책장을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나 보다.
이 책에서도 온통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간 프루스트.
만찬장에서조차 코트를 입은 채 식사를 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면서
14여년에 걸쳐 완성한 책에 대해 단 15초이내에 요약하는 기상한 경연대회도 열기도 한다.
앙드레 지드는 그를 강박증에 걸린 사교계의 명사라고 생각했다는데
그 자신은 단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버어지니아 울프마저 그의 책에 압도당할 까봐 읽기를 미루었다가 그의 소설에 자신은
그런 표현을 쓸 수 없다는 자책을 했다고 한다.
그가 내세우는 다방면에 걸친 처방이 과연 그가 독서뿐만 아니라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책 속에서
지나간 시대의 사람들은 우리와 무한히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들이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 이상의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날 느끼는 것과 대체로 비슷한 감정을 호메로스의 영웅들에게서 마주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놀라게 된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서사시인이....동물원에서 보았던 동물처럼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상상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갑자기 그저 '불안'해지거나, '향수에 빠지'거나, '정착'하거나, '죽음에 직면'하거나, '그냥 놔두기를 두려워'했던 것이 된다.
이전의 판단이 불필요하게 복잡했던 것으로 보이게끔 문제를 서술하면 아픔이 누그러질 수도 있다.
"행복은 몸에 좋다. 그러나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고뇌다"
오직 고뇌에 빠졌을 때만 우리는 괴로운 진리를 직시하려는 프루스트적인 동기를 가지게 되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처럼 이불 밑에서 탄식하게 되는 것이다.
책이란 우리가 습관 속에서, 사회 속에서, 결함 속에서 표출하는 자아와는 구별되는,
또 다른 자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독서에서 친교는 갑자기 그 본래적인 순수성을 회복한다. 책에는 거짓상냥함이 없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에는 삶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는데도 삶이 사소한 것처럼 생각되는 까닭은, 삶의 흔적 그 자체가 아니라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고 있지 않은 매우 다른 이미지들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리는 데 있다 - 때문에
우리는 삶을 멸시하는 것이다.
우리 속 깊은 곳에 있지만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알지 못했던 집의 문을 마법의 열쇠로 열어주는 한,
우리의 삶에서 독서의 역할은 유익한 것이다.
버어지니아 울프의 일기에서
'저녁식사 후에 프루스트를 읽다가 내려놓았다. 최악의 순간이다.
자살충동이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이 진부하고 가치 없어 보인다.'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책자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깊고도 신비한 느낌을 포착하고 싶다면 그 책을 읽기 전에
일리에 콩브레를 방문하는 데 하루 전체를 바쳐라. 콩브레의 마법적인 힘은
오직 이 특별한 장소에서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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