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만나 우정을 쌓은 두 남자의 이야기. 세상 속에서의 인연은 많은 형태로 다가온다. 태어나면서 부모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에서 부터 자라면서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등. 수없이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기존의 그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서히 멀어짐을 체험한다. 좋은 인연이면 더할 나위없이 인생자체가 즐거움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서로에게 피치 못할 상처만 안겨주는 말하자면 정말 악연일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루와 만도. 어린시절부터 내내 함께 해온 친구가 마치 샴쌍둥이에 비견될 정도로 서로를 자신의 분신인양 자신들의 일상을 그대로 일기장에 담고 누가 쓰던 똑같은 감정으로 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채 서로에게 항상 붙어있음을 의미하는 그들의 관계가 한쪽의 배신(?)으로 또다른 한쪽이 결국은 정신이상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 둘도 없는 우정이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것에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국에는 서로에게 악연이었던 두 사람. 한쪽은 너무나 단호하고 다른 한 쪽은 유약한 성격. 책을 읽으면서 뭔가 중대한 사건이 터질 것 같은 예고가 있었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그 무엇이 자못 궁금했다.
만도가 이탈리아로 방학캠프를 같이 떠날 것을 제안했지만 낯선 그곳에 가기 싫어 아무런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은 루. 혼자 떠난 만도는 그곳에서 사고를 당하는 첫번째 약속 불이행으로 악연의 실마리가 시작되고 두번째는 서로 다른 분수대에서 기다리면서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루의 잘못으로 또 마침내 세번째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세번의 약속을 깬다면 그들의 사이는 결별이라고 적힌 일기장대로 그들은 멀어진다.
또 '둘 중 먼저 저세상으로 가는 사람은 남은 사람에게 어떻게든 그걸 알린다'라고
공책 첫머리에 쓴 글귀가 증명하듯 그들은 갈라서고 몇 년이 흐른 뒤 정말 죽음을 앞둔 만도의 느닷없는 전화로 재회하면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이상으로 자살을 꿈꾸는 친구의 변화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 채 그곳을 탈출하지만 친구 만도는 결국 자살을 하고 만다.
이 책에서 루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들이 있다. 자신을 키워준 유모 잔느와 친구처럼 지낸 가비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친구 만도.
우정을 두려움으로 느낄 때 흐르는 전율. 정신분석학을 배우면서 이상적인 친구가 자신을 자장 유일한 존재라고 믿는 것에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감당할 수 없어 도망칠 수밖에 없는 루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둘도없는 친구가 광기의 근원인 악연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던 만도의 삶. 왜 그는 친구의 그림자마냥 그렇게 집착했을까?
만도가 죽고 그의 일기장에서 '내가 보는 걸 너도 보게 될 거야, 내가 듣는 걸 너도 나만큼 선명히 듣게 될거야. 이건 내 일기야.~ 중략 진짜 우정이란 완전히 상대방이 되는 것이지. 우리 둘은 언제나 그랬고 죽을 때까지 그럴 거고 저 세상에 가서도 그럴 거야....' 라는 문구를 보면서
자신이 친구에게 악연이었는지를 생각하며 만도가 아닌 자신이 만도일 수 있었다는 것에 일기장을 과감하게 치워버린다.
저세상까지 함께 가는 친구를 원했던 만도. 비극적으로 끝나는 그들의 우정이 새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물론 현실적으로는 별로 일어날 가망은 없겠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스토리 전개가 특이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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