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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

이사벨라아나 2009. 10. 13. 23:30

며칠전 아침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여자가 책을 읽으면서 킥킥대길래

무슨책인지 궁금해서 살짝 엿보니 바로 이 책이다.

평소 이외수 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책 속의 내용이 궁금하여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하악하악'과 약간은 비슷한 류의 책이다.

'하악하악'은 물고기 세밀화가 나오더니 이 책은 야생화들의 그림이 곁들어있다.

이외수소통법이라고 하는 데 인터넷을 많이 하는 지

인터넷 세상을 너무나 잘 알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하긴, 언젠가 텔레비젼 '황금어장' 프로중 무릎팍도사에서 본 적이 있는데

잠깐동안이었지만 그의 이야기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 키우는데도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고...

지금은 화천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사는 것같은데 방문객들도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만날 수 있을 정도라 하니 유명세가 대단한가 보다.

그는 여자를 은하계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생명체라고 했는데

딱히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냥 행복에 관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라고 할까?

시와 더불어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의 집합체.

별 감흥없이 가볍게 읽었다.

 

책 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어

 

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었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는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知天命)

잠결에 듣는 바라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 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외수의 시 시간퇴행(時間退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