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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 박래부

이사벨라아나 2009. 8. 29. 09:25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

그것도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언제라도 책 속으로 떠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너무 부럽다.

이문열, 김영하, 공지영, 강은교, 김용택, 신경숙 여섯 작가의 방.

작가의 서재를 신문사 기자의 취재형식으로 이루어져

서재 뿐아니라 사적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사진은 물론,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집의 내부구조마저 자세히 나와있다.

작가의 책꽂이에는 어떤 책이 주로 꽂혀 있을까 궁금했는데 작가마다 특유의 취향이 있는 것같다.

이문열의 방은 실용적인 것 위주고 김영하의 방은 고래뱃속같이 어두 컴컴하며

강은교작가는 꽃이 놓여진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이고, 공지영은 책이 오락이어서 장서가 도서관수준이라고 한다.

대학입학때 큰오빠가 사준 전집을 친구같이 지냈다는 신경숙 작가.

책상위에는 원고지가 아닌 컴퓨터가 필수적으로 자리하고 있고 언제나 쉴 수 있는 편안한 소파나 침대가 있다.

시대가 바뀐 지극히 당연한 풍경임에도 약간은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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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강은교 시인의 <햇빛소리>

 

햇빛소리가 들린다.

폐허 한구석, 어여쁜 햇빛 한 올이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있었다.

 

게 누가 날 찾는가, 날 찾이리 없건마는

어느 누가 날 찾는가

 

아야아~

 

고개 빼고 바라보는

보라 제비꽃 한 송이

 

공지영의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일어나 나는 미친 듯이 타이프를 두드려 댔다.

발표하겠다든가 안 하겠다든가 하는 생각도 없었다.

내 목구멍까지 차오른 듯한 그 무엇을 뱉어 버리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몽유병 환자 같은 몰골을 하고 하루 밤낮동안 내내 그 일을 하고 보니 한 편의 소설이었다.

나는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으며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깨달았다.

사춘기를 끝내고 줄곧 분열되었던 내 의식이 처음으로 화해의 악수를 했다....

 

신경숙의 <산문>에서

부정확한 것, 시비가 가려지지 않는 것,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이를테면 말해질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이 이 세계에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길러진 문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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