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꽃피는 고래 - 김형경

이사벨라아나 2009. 1. 18. 11:23

나와 고향이 같은 작가.
그녀가 다녔던 고등학교와 추억이 묻어있는

고향 남대천의 어릴 적 풍경 또한 머리 속에 훤히 자리하고 있어서일까?
그냥 그 이유만으로도 그녀의 책을 집어들게 된다.

꽃이 핀다는 것은 고래를 잡을 때 급소를 맞은 고래가 죽기전에
숨을 뿜어내는데 그 숨에 피가 뿜어져 나올때 핏빛 물뿜기가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온 바다 가득 퍼지는 걸 말한다고 한다.

마치 신화속 이야기같기도 하고,
설화의 배경으로 꿈과 현실이 뒤섞여 있는
책 속에 등장하는 처용포는 울산에 있는 장생포라는
작은 포구를 참고했다고 한다.

열일곱살에 엄마, 아빠를 한꺼번에 잃고 불쑥 고아가 되어
끝없이 방황하는 소녀 주니은.
그녀의 곁에는 고래를 잡는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고,
친구 나무와 그의 사촌언니인 영호언니의 문자메시지와 엽서를
통한 멘토링으로 점차 희망을 갖고
스스로를 가다듬는 모습이 보여진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을 때 슬퍼하고, 방황하고 또 극복해가는
과정을 심리학적 용어로 '애도'라고 한다고 한다.
느닷없는 부모의 죽음과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로 상실감에 빠졌다가
슬퍼하기의 과정을 통해서
그것들을 마음속에서 잘 떠나보내고 극복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여
자신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책속에서

'내가 지금 두렵고 답답하다면 처음 혼자 서는 순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처음은 거듭 찾아올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일들을 잘 맞을 준비를 하기로' (P.247)

'나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이를 먹고 몸이 커지고, 고래배를 타거나 시집을 가는 것 말고, 엄살, 변명, 핑계, 원망 하지 않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그것 같았다.

자기 삶에 대한 밑그림이나 이미지를 갖는 것.
그것이 쨍쨍한 황톳길을 땀흘리며 걷는 일이든,
미끄러지는 바위를 한사코 굴려올리는 일이든,
푸른 하늘에 닿기 위해 발돋움하는 영상이든.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P.256)

'여든살이 돼도 맘속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다. 열살 때
생각을 하면 열살이 되고 마흔살 때 생각을 하면 마흔살이 되지.
열살처럼 세상을 보다가, 마흔살처럼 세상을 보다가 한다.'(P.257)


영호언니가 보낸 문자메시지.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문자메시지 이벤트.
아이디어가 좋다.

‘흐린 날. 오후에는 바람도 분대요. 따뜻한 국물 마시고 든든하게 하루 시작하세요.’
‘오늘부터 마임 배우러 갑니다. 새로운 언어를 만나는 일은 늘 설레네요. 두근두근.’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가는 날입니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광합성하기에 좋은 볕이네요. 축축한 몸도 마음도 내다 말립시다!’
‘우주는 아기 밥그릇 속에, 악몽은 내 머릿속에, 얼룩말은 아프리카에, 사랑은 냉동실 안에 산다.’
‘느슨한 연대가 갖는 미덕과 불편함 사이에서 늘 생기는 갈등. 난 이걸 극복해야 일인 조직의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시무룩한 하늘이 조금 웃네요. 번뇌가 깊어지면 꽃이 핀다는데, 아직 그런 기미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