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에서 풍겨지는 이미지가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집어 들게 되었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작가의 어떤 주관적인 견해로
주로 여행과, 음식점, 시골이야기로 별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
수수하게 전달되면서 그 특유의 농담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조작이 아닌 셔터를 누르면 그냥 찍을 수 있는 듯한 사진들이
곁들여 지면서 더 편하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파리 이야기' 편에서
흔히 말하는 유럽의 도시 파리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설악산에서 김밥을 꺼냈을 때 달려드는 파리들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듯이 대청봉을 올랐다는 에피소드는 웃음짓게 만들었다.
또 컵라면 용기 뚜껑에서 발견한 희망 소매 가격이란 글자와 연관짓는 판도라의 상자이야기와
사발이 아닌 폴리에틸렌 폴리스티렌용기에 담겨진 라면에 대해 아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부분에서
왜그리 웃음이 나오던지...
비주얼의 폭력, 간판에 대한 이야기.
요즘의 식당들은 어떡하든 자신의 가게를 손님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별 방법을 다쓰는데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그 맛을 낸 주인은 책임 안진다'는 요지의 호들갑스런 광고내용을 앞세운 식당앞은 썰렁하고
오히려 그 옆의 자그마한 간판의 식당이 번호표를 받을 정도로 손님이 북적인다는 것에
어차피 인간은 죽을 운명이지만 음식점 주인이 손님의 운명에 관해 죽음 운운 한다는 것에
밥맛이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
비경의 사유화에서
비경을 찾아온 사람들이 자기네만 잠시 재미있자고 멋대로 균형을 깨뜨리고
그 경관을 오손하는 존재들을 손가락질을 하지 않겠냐고.
근거는 없지만 거듭되는 손가락질과 눈총으로 만인의 지탄이 악몽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따끔한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시골 이웃아저씨의 푸근한 이미지로 다가온 작가의 시골이야기 또한
정감이 어려 있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0) | 2008.10.12 |
---|---|
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 (0) | 2008.10.11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0) | 2008.09.13 |
혀 - 조경란 (0) | 2008.09.07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 에쿠니 가오리 (0) | 2008.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