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혀 - 조경란

이사벨라아나 2008. 9. 7. 20:20

이 책은 도서관  책꽂이에서 우연히 만났다.
온통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해서

요리는 잘 못하지만 관심은 있어서
빌려오게 된 책이다.

사실 조경란의 책은 처음 접한다.
언젠가 '나의 자줏빛 소파'라는 책을 빌렸었는데
읽지 못한 채 반납한 기억만 있다.

단순하게 요리사의 요리에 관한 소설인줄 알았는데
결말이 과히 엽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최후의 복수로
그 남자의 새애인을 자신의 키친으로 납치한 후
그녀의 혀를 도려내어 그것을 재료로 남자에게는 소혀라고 하면서
최후의 만찬이라고 그에게 만들어주고 떠나는
자칭 K라 부르는 여자 정지원.

그 남자가 떠나간 1월에서부터 7월까지 7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처음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레스토랑 '노베'로 찾아오면서

그에게 최초의 만찬을 만들어주면서 그 남자와의 인연이 시작된
사연과 더불어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그 속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쿠킹클래스로 독립하며서
요리와 사랑의 관계를 정신분석적인 측면으로 부합시키면서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요리에 결부시켜 절묘하게 비유한다.


"...사랑은 나한테 무엇이었을까? 나는 도마위에 칼을 내려놓는다.
사랑은 음악과 같았다. 배우지 않고도 그것에 대한 이해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반응하는. 사랑은 음식과 같았다. 

실제로 먹어보지 않고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고 식욕이 느껴지는.

사랑은 음악이고 음식이다."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미식가들의 일화도 재미있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미식가들이 손꼽는'오토런'이란 금지된 새요리가 있는데

먹는 방법이 아주 뜨거울 때 혀 위에 올려놓고는

새의 지방이 목구멍을 타고 줄줄 떨어지는 쾌감을 즐기다가

식기 시작하면 새의 머리부터 뼈째 씹기 시작하는데 이때 뼈가 씹히는 특유의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리듬을 타고 고막을 울린다고 한다.
그날 밤 미테랑 대통령은 한사람이 한마리씩만 먹게 되어 있는 전통을
어기고 두 마리를 먹었는데 그 다음날부터

음식을 넘기지 못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녀의 사랑이야기는 차지하고라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다양해서 읽어볼 만 한 책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