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작년인가 중앙일보 북리뷰 전면에 실렸었는데
아내의 투병과 더불어 오직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 사회생활을 중단한채
23년을 보내고 또 마지막을 아내와 같이 죽음을 맞이한 실제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했는데 이제서야 빌려왔다.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그리고 일생을 거쳐서 늘 함께한 아내 도린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 쓴 글귀를 옮겨보면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름속을 걷다. (0) | 2008.08.24 |
---|---|
퀴즈쇼 (0) | 2008.08.20 |
홀로 사는 즐거움 (0) | 2008.08.19 |
워커홀릭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0) | 2008.08.19 |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0) | 2008.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