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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이사벨라아나 2008. 8. 20. 20:52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작년인가 중앙일보 북리뷰 전면에 실렸었는데

아내의 투병과 더불어 오직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 사회생활을 중단한채

23년을 보내고 또 마지막을 아내와 같이 죽음을 맞이한 실제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했는데 이제서야 빌려왔다.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그리고 일생을 거쳐서 늘 함께한 아내 도린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 쓴 글귀를 옮겨보면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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