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 체홉, 여자를 읽다

이사벨라아나 2017. 10. 20. 18:57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

정동 세실극장

2017년 10월 19일 저녁 8시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를 관람하러 실로 오랜만에 정동 세실극장으로 갔다.

부제가 '파우치 속의 욕망'으로 여자들의 은밀한 욕망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비밀스러움을

핸드백 속에 들어있어 항상 숨어있는 파우치로 비유한 것이다.

이 연극은 4인 4색 단편극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에로티시즘 미발표 단편을 극화한 것이라고 한다.

약사의 아내로 따분한 결혼생활하며 일탈을 꿈꾸는 여자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코믹극인 '약사의 아내'

7명의 아내를 살해한 남자의 약간은 싸이코같은 이야기인 '나의 아내들'

유부녀지만 젊은 남자를 찾아 또다른 연애를 꿈꾸는 '아가피아'

남편의 친구로부터 끝없는 구애로 결국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소피아의 이야기인 '불행'

 


연극은 자작나무 숲과 기차역 대합실인 듯한 벤치가 놓여있는 무대로부터 시작되는데

각각의 세여인이 짐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자신만의 기차티켓을 구입하면서

그녀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가 에피소드마다 장르가 구분되어 펼쳐진다.

기차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숨겨진 내면의 욕망을

담대하게 묘사해 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그대로 들여다보듯

세세하게 그려냈다.



이성과 욕망사이의 갈등에서 과감하게 욕망을 선택하려는 그녀들의 용기(?)가

가정이 있지만 또다른 사랑을 꿈꾸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 그녀들이

인간 본연이 갖는 내면의 흔들림의 경계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에피소드별로 특색이 있었지만 두번째 '나의 아내들'에서

라울이 자신의 아내들을 죽인 이유에 대해서 편지형식으로 쓰면서

아내들이 한명 한명씩 나와 특유의 유형으로

묘사하면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과장되면서도 코믹했다.

마치 배우가 나레이션을 하듯 일일이 설명하는 듯한 장면들이 약간은 낯설었지만

거기서 고전풍이 느껴졌다.



여성의 감춰진 욕망에 대한 연극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로

낯설지 않으면서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속내가 가지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