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부

이사벨라아나 2017. 3. 16. 20:11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7년 3월 14일 저녁 7시



2016 창작산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부는

1부에 이어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거대한 인문학적인 스케일을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재창조해 내면서

마치 책을 읽는 듯한 세세한 묘사가  3시간 15분이라는 긴시간동안 채워졌다.

1부에 비하면 다소 짧지만 강렬한 씬과 퍼포먼스가 다채로웠다.



상당한 분량의 법정공방이야기를 시간관계상 자세히 다룰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해설자의 설명이 없더라도

책에서도 그부분에 있어서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방대해서

연극으로 표현해 내기에는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1부가 아버지 표도르와 드미트리의 대립관계가 주요 스토리였다면 

2부는 드미트리, 이반, 그리고 스메르자코프를 중심으로 

성격이 전혀 다른 형제들 각자의 삶의 방식에 좀더 깊숙히 들어가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마치 내면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보듯 밀도있게 그려냈다.


누가 진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공방속에 결국은 드미트리가 살인자라는

유죄가 언도되어 수감되고 이반과 카체리나가

드미트리의 러시아 탈출 계획을 세우면서

서로에 대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지는데...

작가가 후기작품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라

결말이 다소 석연치않고 미진했는데

연극 또한 서둘러 마무리를 짓는 느낌이었다. 


2부는 특히 무대장치가 다양했다.

지극히 어두운 조명과 공간적 활용으로

여러개의 거울을 움직이며 한층 더 극적인 효과를 유도했고

새로운 무대 미학이라고 하는 씨어터 댄스 스타일은 이색적이었고

러시아풍의 음악은 낯설었지만 극의 분위기와 걸맞았다.

 동물가면을 쓰고 무리지어 악기를 연주하는

시늉만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겠지만

붉은 천에 휩싸이며 표효하듯 울부짓는 드미트리와 연관되어

어떤 은유가 배어있는 듯 했다. 


섬망증에 빠진 이반과 식객으로 나오는 악마와의 대화장면이나

이반의 교사로 살인을 했다는 스메르자코프와 이반의

크기가 다른 의자로 서로 상반된 관계에서의

섬짓하면서도 소름돋는 연기로 대화하는 씬은

마치 미스터리한 스릴러물을 보는 듯 긴장감을 자아냈는데

두분의 연기력은 굉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1부에서 작가이며 화자인 동시에

조시마장로와 대심문관을 열연한 정동환 배우님은

2부에서는 식객이라는 악마로 분해 또다른 포스를 보여주셨다.

드미트리역의 김태훈 배우를 비롯 다들 역량있는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그중 2부의 백미는 이반역의 지현준 배우와

스메르자코프의 이기돈 배우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

지현준 배우의 붉은 천 위에서 벌거벗은 상태에서

피를 뒤집어쓰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질적이고 극단적인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각각의 인물 위주로

파헤쳐내 각자의 배역에 녹아들게 만들어

그 인물들에 충분히 몰입될 수 있도록 애쓴 배우들

정통연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정말 대단했다. 



증오와 질투, 미움과 불신, 욕망과 탐욕, 신과 악마, 구원,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을 다룬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로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서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