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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 1, 2

이사벨라아나 2013. 10. 28. 21:21

 

 

 

'화첩기행'은 화가 김병종이

지금은 사라져간 옛 예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들이 스쳐 지나갔던 행적을 헤매이며

지나보면 소중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우리 문화의 힘과 소중함을

알리려고 한 일간지 칼럼에 글을 연재한 것을 묶어서 펴낸 책이다.

 

직접 발로 찾아가 고향에서부터 그들이 생활했던 자취를 따라 소소하고 세세하게

풀어내 잊혀지거나 알지 못한 부분들을 특유의 필체로 알려준다.

 

비운의 말년을 맞이한 예술가들의 허망한 죽음들과

특히 조선조의 예술사에 있어서

배소에서 정치적 박해와 소외의 아픔속에

칼바람을 맞으며 위대한 아웃사이더들이 피워낸 화려한 예술의 꽃은

숙연해지게 만든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삶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제주도에서 보았던 이중섭이 생활했던 한평반 남짓한 공간이 아련히 스치고

강릉 난설헌의 생가터에서 그의 일생을 더듬었을때 젊은 나이에 요절한 그녀의 생애가 넘 안타까웠고

정지용시 '향수'에 대한 노랫말을 들었을 때 지나가는 시골의 아늑한 풍경들이 유독 더 애잔하게 떠오른 기억이 떠오른다.

 

유복한 가정에서 화려한 어린시절을 보낸 무용가 최승희나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이자 문인 나혜석 같은 경우는

빛나는 재능을 가졌지만  극적인 삶을 살다간 불운한 여인들로

그들이 살았던 흔적 또한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척박하기만 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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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보길도에 대한 오해는 흔히 고산에 대한 오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길도는 기화요초 어우러진 남쪽섬인데

고산은 그 섬을 통째로 누리며 시, 가, 무를 한껏 즐기다 간 다복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아니다.

그 이쁜 섬에 부는 세찬 바람과 풍우를 알지 못하듯 사람들은 고산의 생애가 그토록 아름다운

가사문학으로 피어나기까지 얼마나 쓰고 고통스러운 세월이 있었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보길도나 고산을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 사납고 모진 바람끝에 거짓말처럼 붉은 동백이 섬을 덮고 향기가 십리를 간다는 석란, 풍란이 꽃을 피우는

것처럼 고산의 한시와 시조들은 그냥 호사함 속에 되뇌인 음풍농월은 아니었다. 참다운 예(藝)란 그렇게 나오는 것일 게다.

사실 조선조의 예술사는 어떤 면에서 배소(配所 유배지)의 예술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