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오랫동안 기다린 덜커덩 소리가 객차에 울리고, 쇠로 만든 긴 척추를 지닌 열차가 몸을 떨었다 - 17
현관문에 황동문패가 달려 있었다. 러스텀 K. 달랄 부부.
글자들에 세월의 푸른 녹이 진하게 서려 있었다. - 20
결국, 천장이 높고 마루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색 판벽이 붙어 있는 거대한 낡은 열람실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은신처가 되었다.
장대에 매달린 위엄있는 천장 선풍기들은 안락한 휙 소리와 함께 공기를 쓸어 갔고,
깊숙한 가죽 의자들과 곰팡내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바스락 소리는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 48
"모두들 바꾸려고만 해요. 사람들은 왜 있는 그대로 만족할 수 없는 거지? " -85
삶이란 매혹된 관객들로 들어찬 공연장의 연주회와도 같아서 완벽한 사생활이란 게 없었다.
때때로 그녀는 옛날처럼 공짜 연주회에 가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옛날을 붙드는 듯한 그 어떤 행동도 그녀는 경계했다.
자립에 이르는 길은 과거를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었다. - 88
그녀에게서 과거를 떼어놓는 일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녀의 과거란 어떤 핑계를 대고서라도
강력한 방어막을 피해 현재로 몰래 건너오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 94
그의 삶은 마치 헤피엔드로 끝나지 않는 재미없는 인도 영화의 줄거리 같았다. - 135
공허한 저녁이 되면 옷감에서 뭔가 자극적인 냄새가 풍겨 나와 공기를 답답하게 만들고
음침한 공장과 결핵을 앓는 노동자들 그리고 절망적인 삶에 대한 생각들로 뒤덮여서 그녀는 너무 우울해졌다.
그럴 때면 자신의 삶의 공허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283
비참함을 숨기려고 투쟁한 흔적이 집안 곳곳에 보였다. 깨진 창유리에 쳐놓은 철망, 검게 그을린 부엌 벽과 찬장,
벗겨지고 있는 모르타르, 그녀의 기운 블라우스 옷깃과 소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289
추방의 고통이 느껴질 때마다 그는 그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거부당하고 외롭다는 우울한 생각과 절망감을 물리쳤다. - 308
선을 긋고 구획을 정해서 그것들을 넘지 않으려고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거요. 때로는 실패를 성공의 징검다리로 삼아야지.
희망과 절망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죠. 결코 예전같은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336
기억은 영원하다. 슬픈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슬픈 채 남아 있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은
결코 똑같은 환희로 재현되지 않는 것이다. 기억은 자신만의 독특한 슬픔을 낳는다.
시간이 슬픔과 행복 모두를 고통의 원인으로 바꿔놓는 건 너무 불공평해 보인다. -489
삶은 사람들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다루며 좋은 것들은 갈기 갈기 찢어 놓고 나쁜 것들은 냉장되지 않은
음식의 곰팡이처럼 계속 자라도록 만드는 걸까?
희망과 절망의 균형을 찾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했다 - 633
희망이야 항상 있죠.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끝장이죠. - 803
사실, 우리 삶이란게 사고의 연속이죠. 우연한 일들이 쨍그렁하고 연속해서 일어나거든요.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선택의 연속이 바로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큰 불행으로 이어지죠. - 804
"이렇게 처음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습니까?
야망, 개인적 자유, 글, 시력, 성대, 사실, 상실이 바로 제 인생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하지만 다른 인생 이야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상실이 바로 본질이죠. 인생이라는 피할 수 없는 불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상실입니다. - 807
이 세상에는 많은 불행이 있지만 기쁨 또한 충분하다.
그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 지 알기만 하면 된다. - 851
선로는 삶에 대한 희망처럼 반짝이면서 양방향으로 끝없이 뻗어 있었고, 그 은빛 리본은 자갈 바닥 위를
미끌어지듯 지나가며 검고 낡은 침목들을 하나로 엮었다. - 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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