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이 작가의 '집착'이란 책을 읽고 다른 책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제목 자체가 외설스럽지만 궁금해서 빌려왔다.
실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거침없는 표현들이 놀라울 정도다.
제일 앞장에 '나는 동화처럼 살고싶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였을까?
자신 스스로를 작가이면서 창녀라고 하는 그녀.
그녀의 원색적이고도 본능적인 표현들에 그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중년여성의 끝없는 섹스에의 욕구...집착.
자신의 애정행각은 단지 글쓰기의 근원이었다고 말하는 작가.
프루스트의 글이 많이 인용되고 보봐르 부인의 작가 사르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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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나에 대한 그의 욕망만이 내가 가진 유일한 확신이었다. 모든 의미에서 그는 어둠 속의 애인이었다.
이제 나는 사랑 속에서 진실을 찾지 않는다. 관계의 완벽성, 아름다움, 쾌락을 찾을 뿐이다. 상처주는 것을 피할 것, 즉 그에게 기분좋은 말만 할 것. 도한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는 주지 않도록 할 것. 진실이란 이치는 인생에서 존재할 수 없다. 오로지 글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결코 과다한 사랑을 표시하지 말것, 프루스트의 법칙이다.
"삶이 벽으로 가로막히면, 지성이 출구를 뚫는다." 프루스트의 말. 밤에는 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밤은 출구가 없는 모순과 고통의 마그마다. '굴레'는 종이가 아니다. 콘크리트같이 단단하다.
프루스트의 한 구절 "비애란 끊임없이 저항할수록 점점 더 그 마수에 빠져들어, 지하 통로를 통해 당신을 진실과 죽음으로 인도하는
말없는 하인 같은 존재이다. 죽음을 만나기 전에 진실을 만난 사람들은 행복하다."
프루스트의 표현대로, "지성이 출구를 뚫도록" 내버려두자.("인생이 벽을 둘러친 곳에 지성이 출구를 뚫는다"). 어쩌면 나도 스완처럼
나의 시간과 돈을 잃어버린 순간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완에 대한 오데트의 입장과는 달리, 내 타입이었지만 그럴 가치는 없었던 한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잃었다.
라신의 아름다운 구절을 아직 읊을 수 있다.
한달후, 1년 후, 우리는 어떻게 고통스러워할 것인가.
아, 얼마나 많은 바다들이 당신과 나를 갈라놓고 있는가.
태양은 끝없이 떠오르고 또 끝없이 지건만
보르헤스의 너무도 아름다운 이 문장, "수십, 수천 세기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현재뿐이다. 공기 중에,
땅에, 바다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바로 나한테 일어난 일뿐이다". 나는 그 뜻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현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올 여름 내내 자문했다. 오로지 나 자신...... 너무나 확실하다.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영원히 볼 수 없네.
내 빗에 묻어 있는 그의 머리카락 네 가닥을 간직하며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생각했다.
이졸데의 금빛 머리카락을 옷에 궤맨 트리스탄처럼 그의 머리카락들을 내 옷에 궤매고 싶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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