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출신의 작가가 쓴 인도소설은 처음 접한다.
흔히 인도는 두얼굴의 나라라고 한다.
그러기에 인도여행기는 여행한 사람에 따라서
어디를 촛점으로 썼느냐에 따라 전혀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넓으면서도 다양한 계층의 카스트가 있고
종교 또한 이슬람교,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등으로 복잡하다.
이 책은 1975년을 시작으로 인디라 간디 총리시절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극도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분위기에 휩싸여
비참하다 못해 지극히 최악의 신분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불가촉 천민 즉 차마르 계급을 가진 인도인들의 처절하고
비통한 애환이 실린 이야기다.
인간으로써의 기본권은 물론
나약하기 그지없는 신분으로의 탈출을 위해 그들이 벌이는 사투는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의
그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책표지의 그림처럼 곡예사가 4.5미터 장대 양끝에 아이를 묶고,
땅바닥에 등을 대고 발가락으로 돌리다가
점점 더 높이 돌리려고 일어서서 엄지 손가락에 끼어
마치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바람부는 것처럼 흔들리며
처음에는 천천히 돌리지만,
균형감과 리듬감을 찾아 빨리 돌리면
거기에 매달린 아이는 아무 소리도 없이
흐린 한 점이 되어 무기력하게 마냥 달려있다.
군중들은 너무 잔인하다며 즉각 멈추기를 소리치지만
거기에 집중하느라 아무소리도 듣지 못한다.
곡예가 끝나고 관중들로 부터 잇따른 비난이 쏟아지면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그의
대답속에서 장대끝에 매달린 어린아이의 처지가
바로 이시바와 옴브라카시의 삶이 아닌가 싶었다.
기차안에서 만난 세사람,
대학기숙사로부터 벗어나고자 새로운 하숙집을 향해 가는 대학생 마넥과,
더이상 일이없어 도시로 재봉사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이시바와 그의 조카 옴브라카시.
결혼 3년만에 미망인이 되어 아파트세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생활에 삶의 수단으로써 하숙과 재봉사업을 벌이는 디나.
각기 성장배경이 극도로 다른 그들 네사람이 중심이 되어
그들 각자의 부모의 이야기로부터 자라온 배경과 더불어 지금 현재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각의 생활이 서서히 동화하면서 어우러지는 그들의 삶의 서사적으로 이어진다.
비교적 풍족한 의사인 아버지를 두어 유복하게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더이상 부유할 수 없었던 디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지만 교통사고로 잃고 매월 아파트 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영위해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낯선 이방인인 이시바와 그의 조카 옴브라카시와의 어쩔 수 없는 동거가 시작되면서
애써 선을 긋고 구획을 정해서 그것들을 넘지 않으려고 하지만 희망과 절망이라는 적절한 균형으로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달으면서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이 인간이 가지는 본 모습이아닐까 싶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되어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속에
인도와 스리랑카의 국경의 분리로 나라는 혼란 그 자체로 온갖 부정부패가 이루어지고
특히, 계급사회인 카스트제도하에 불가촉 천민인 차마르카스트에 속한 하층민인 아버지 둑히의 대물림의 가난과
인간으로써의 기본권마저 유린당하는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고자 아들둘을
이슬람교인 친구 재봉사로 보내면서 이시바와 그의 조카 옴브라카시는 희망을 안고 고향집을 떠나지만
시련은 또다른 시련으로 이어지고 결코 그들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현실 탈피가 마침내는 거지로까지
전락되는 과정이 저항할 수 없는 하층민으로써 거대한 국가권력이 휘두르는 힘에 밀려 불가피하게 최악의 상황으로의
치달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삶이 책을 덮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1984년에 중동에서 돌아온 마넥. 그들을 만나기 위해
디나의 집을 방문하고 그녀로부터 이시바와 옴브라카시와가
거지가 된 사연을 듣게 되고
우연히 만난 그들을 보고 속마음과는 달리
그의 사랑과 슬픔과 희망의 말들이 돌덩이 처럼 변해
뭐라고 말해야 될지 자신에게 절망적으로 물으면서 그들을
끝내 외면한다.
자신들의 앞에 놓여진 절망을 단지 작은 장애로 간주하고
희망은 항상 있다고 말하는 그들의 삶.
그들이 말하는 적절한 균형이란
자신들이 절망하는 만큼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사적인 시간 - 다나베 세이코 (0) | 2010.01.22 |
---|---|
새벽예찬 - 장석주 (0) | 2010.01.20 |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 이철수 (0) | 2009.12.13 |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시집 (0) | 2009.12.13 |
내 인생의 글쓰기 - 김용택, 김원우, 서정오, 도정환외 (0) | 2009.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