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18년 2월 17일 오후 3시
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에 선정된 한국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영국 신사 이미지가 그대로 나타나는 신참변호사인 청년 '브라운'과
보수적인 시대에 야한 소설을 썼고 자신을 성희롱한 평론가를 폭행한 죄로 수감생활을 하지만
진짜 '내'가 되고 싶어 소신을 굳히지 않은 꿋꿋한 여인 '안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스럽고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다.
여성의 성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시대적 배경이 고전이지만
현대와 다를 바 없는 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는 주인공 '안나'가
마치 이 시대를 대변해주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신선한 울림을 주었다.
첫 장면부터 경쾌한 음악과 함께 고전풍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무대는
안나가 파혼을 당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스토리와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안나라는 여인을 찾아다니는 브라운의 출연이
엇갈리면서 풍성한 넘버와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춤의 향연은
바로 극속으로 푸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보수적이면서도 고지식하지만 점차 안나에게 빠져드는 브라운
슬플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엉뚱하지만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며 미래를 꿈꾸는 진취적이고 솔직한 안나
여장 남자로 자신의 사랑을 잊지못해 그녀로 분장한 로렐라이
로렐라이 문학회 회장으로 안나의 편에서 늘 따스하게 감싸는 도로시
브라운의 할머니로 하녀였던 안나에게 유산을 남긴 바이올렛
평론가이자 예술가지만 안나를 성희롱하려들다 오히려 폭행을 당하는 존슨
안나가 첫사랑과의 야한 추억을 바탕으로 쓴 잡지 '레드북'으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자칫 뻔한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개성강한 캐릭터들로 구성된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호연으로 라이브 밴드의 풍부한 사운드의 음악과
시대적 분위기를 잘 표현한 무대장치와 의상, 조명 등 비주얼이 뒷받침되어
밀도있는 구성과 속도감있는 전개로 진행되어 진한 웃음과 유쾌함을 보여주었다.
코믹하면서도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참으로 따뜻하게 전해져왔다.
안나역의 아이비 배우는 처음보는데 독보적인 미모가 눈에 띄었고
연기와 노래 또한 수준급이었고
안나라는 배역에 꼭 맞아 떨어지듯 완벽하게 소화내 냈다.
브라운 역의 박은석 배우는 뮤지컬 주홍글씨에서 굉장한 아우라가 느껴졌는데
이번 역은 전혀 상반된 역할로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로렐라이 역의 홍우진 배우님 또한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치며 쉽지않은
여장남자 역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준것 같다.
그밖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앙상블의 코러스 또한 환상적이었다.
재치있는 대사들과 '사랑은 마치', '나는 야한 여자',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등 재밌으면서도
가슴 찡하게 와닿는 넘버로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내 극에 몰입할 수 있었던 달콤한 뮤지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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