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 거미여인의 키스

이사벨라아나 2018. 1. 1. 14:0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아트원씨어터 2관

2017년 12월 31일 오후 2시



2017년 마지막날 마지막 공연으로 보게 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라

책을 인상깊게 읽어 연극도 꼬옥 보고싶었다.



미성년자 성추행범으로 감옥에 온 동성애자인 몰리나와

골수 정치범인 발렌틴이라는

서로 상반된 세계에서 살아온 이질적인 두 남자가

같은 감방에 수감되면서 벌이지는 이야기인데

책 속에서는 영화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연극에는 표범여인 이야기 한 편만이

그 둘의 감옥 생활의 사소한 대화속에서

연극이 끝날때까지 줄거리가 이어지면서 제목과 연결지어졌다.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속에 점점 빠져들면서

개인적으로는 몰리나의 인간적인 면에 이끌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발렌틴

연극은 책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따라간다.

몰리나 역의 이이림 배우

발렌틴 역의 박정섭 배우

두 배우는 감옥이라는 한정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긴 대사를 거침없이 내뱉어 내면서 섬세하고 밀도높은 감정표현으로

연극속의 두인물을 완벽하게 묘사했다.



몰리나역의 이이림 배우

어쩌면 그렇게 여성스럽게 말을 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배역에 꼭 들어맞게

표현하면서 발렌틴이 실수했을 때 그 처리하는 과정 또한

세심하면서도 흐트러짐없는 자세로 배려하는 모습이

그 안에 내재되어있는 따뜻한 인간애가 그대로 순수하게 보여지는 듯했다.

발렌틴역의 박정복 배우

고문을 많이 당한 흔적이 있는 육체와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까칠해져 고통을 자주 표현하는데 그 보이지 않은

진한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두사람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연극이라 다소 지루할 법한데

끊기면서도 이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차츰 마음을 열면서 서로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으로 따듯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감옥을 나가면서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키스를 해 달라고 했을때 한

발렌틴이 몰리나에게 부탁하는 애정어린 말이 기억에 남았다.

자신을 폄하하지 말라는....

너는 남을 죽이는 표범여인이 아닌 자신의 올가미로 옭아매는 거미여인이라고...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얻은 몰리나

헛된 죽음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당당한 사랑을 위해 희생한 죽음임을 알고

선택한 그의 죽음이 나레이션으로 들려왔는데

 슬프지만 아름답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