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봄날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2017년 8월 2일 수요일 저녁 8시
작년에 원로연극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개최된 원로연극제가 올해로 2회를 맞으면서 이름을 '늘푸른 연극제'로 바뀌어
첫 개막작으로 배우 오현경님의 대표작품인 '봄날'이 공연되었다.
연극 봄날은 1984년 초연된 작품으로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아버지역할이었던
오현경님이 다시 아버지 역할로 돌아왔는데 연로하신 노배우는 명연기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며 여실히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흔히 인생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봄날에 비유하는데 그 봄날과는 거리가 먼
과거 살기 팍팍했던 우리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의 나른한 봄날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탐욕스러우면서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인색한 자신밖에 모르는 늙은 홀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로 투정부리는 동생들을 어머니처럼 조곤조곤 다독이며 챙기는 큰형,
배다른 게으르고 나태한 다섯 형제들 그리고 천식을 앓아 늘 골골한 막내아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보면서 뜬금없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아버지와 아들들이 떠올랐다.
무대는 오른쪽으로 초가집 한채와 그 옆에는 잎이 없는 나무 한그루가 버티고 있고
그 왼쪽에는 언덕진 비탈길이 있고 언덕입구와 중간에 바위가 있어
시골의 한적하면서도 고즈녁한 풍경을 자아냈다.
무대앞 작은 오케스트라는 라이브로 연주되어 극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서정주, 김춘수, 이상, 김소월 등의 봄날에 대한 시를 읊으면서 재치있게 시적인 대사로 표현하기도 하고
동녀를 나무로 비유하여 꽃가지를 연출하여 마치 동화속 이야기처럼 해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우리음악인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과 다섯형제의 끊임없는 퍼포먼스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아버지에게서 노동착취만 당하는 아들들은 급기야 송진으로 아버지의 눈을 가린후
아버지가 방에 숨겨둔 돈이 든 항아리를 훔쳐 집에서 도망을 친다.
세월이 지나
연로한 아버지는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 소식한장 없는 집나간 아들들을
그리워하는데 ...
일곱 아들의 장남역으로 분한 이대연 배우님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안정감있었고
다섯 아들들의 시와 편지, 신문등을 인용한 대사로 이루어진 다양한 표현들과
국악의 라이브 선율 등이 잘 어우러졌고
평생 연극에 바쳐온 오현경 배우님의 내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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