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강의 - 신영복

이사벨라아나 2013. 1. 15. 21:55

 

그동안 읽다가 방치한 책들이 꽤 있는데 이 책 또한 읽다 말아

새해에 들면서 마음먹고 다시 집어들었다.

부제가 '나의 동양고전 독법'으로 저자가 대학교에서

고전강독이란 강좌로 진행해왔던 강의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깊이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나마 조금씩 맛보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서 감옥살이 시절 동양고전과 가까이 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 또한 그 시절을 인용한 부분이 많다.

과거의 사상이 현대의 사상과 다르지 않기에 미래는 오래된 과거라고 할 수 있기에

동양 사상은 과거의 사상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사상이어서 과거를 성찰하고

미리를 전망하는 관점을 제시하기에

시공을 초월한 수많은 관계론적 입장에서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접근하는 '도(道)'에 대해서

그리고  종교와 과학의 모순이 없는 구조인 동양적 구성원리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지

각각의 사상을 통해서 개략적으로나마 다가갈 수 있었다

-----------------------------------------------------------------------------------------

주역의 관계론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맹자의 의義

노자의 도와 자연

장자의 소요

묵자의 겸애와 반전평화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법가와 천하 통일

 

바둑 7급이 바둑 친구가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요. 바둑 1급은 비슷한 상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지요.

중간은 그물코처럼 앞뒤로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자리입니다.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고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 주역의 관계론 에서 - p. 103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바다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낮기때문에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바다'입니다. - 289


대교약졸 大巧若拙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교巧가 아니라 졸拙입니다.

추사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쓴 봉은사의 현판 '판전版殿이란 글씨는

그 서툴고 어수룩한 필체로 하여 최고의 경지로 치는 것이지요.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환동 還童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일체의 교와 형식을 뛰어넘는 것이지요.

法까지도 미련 없이 버리는 경지입니다.  - 301 


노자사상의 핵심은

핵심은 동動보다는 정靜을, 만滿보다는 허虛 를, 교巧보다는 졸拙을, 웅雄보다는 자雌를,

그리고 진進 보다는 귀歸를 더 높은 가치로 보는 데 있습니다. - 304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無待), 무엇에도 거리낌 없는(無碍) 경지가 장자의 절대 자유의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 318


빈 배로 흘러간다는 것이 바로 소요유입니다. 빈 배는 목적지가 있을 리 없습니다.

어디에 도달하기 위한 보행步行이 아닙니다. 삶이란 삶이란 그 자체로서 최고의 것입니다. - 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