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문자가 왔다.
마르탱 파주의 '비' 읽어보았냐고.
안읽었다고 하니 보내준다고 하면서 '비'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언니로 부터 받은 책.
책 속에 들어있는 그림들이 참 예쁘다.
비에 대한 예찬(?) 이랄까
비에 대한 표현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가끔 내리는 비는 좋아하지만 올가을처럼 거의 매일 오는 비는 좀.....
특히, 집에 혼자있을 때 열어둔 문밖에서 들려오는 떨어지는 빗소리는 때에 따라서는
음악같이 들리고, 어떤 때는 혼자라는 것에 좀 센치해지기도 하고,
우산을 쓰고 무작정 비오는 거리를 걷고 싶을 때도 있다.
비오는 날 고즈녁한 카페에 앉아서 마시는 차 한잔도
참 운치 있어서 좋다.
암튼, 비에 대한 가지 가지의 표현들이 참 정감있게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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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우리는 와인을 즐기는 법을 배우듯 비를 좋아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이, 자신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모든 진정한 사랑이 그렇듯, 그것은 발명, 성찰, 그리고 삶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을 요구한다.(p.9)
비가 문을 두드린다. 우리가 거기 있는지 알기 위해 작은 주먹 수백만 개로 문을 두드린다. 그렇다.
우린 거기 있다. 우리는 문을 열고, 현관 계단에 서서 그를 맞이한다. 우리는 하늘을 향해 턱을 들어올린다. (p.71)
비를 맞으면 내 전 존재가 끓어오른다. 나는 비가 올 때 하얀 물질을 분비하는 샤토-랑동의 돌로 지어진,
몽마르트르 언덕의 성심성당과 같다. 화학적 과정이 시작된다.
아스피린처럼 나는 거품을 내뿜으며 전율한다. 자신이 녹아 공기와 섞인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 내 몸은 사라짐으로써 하나의 현존을 얻는다.
나는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
빗방울들이 내 피부 위에 떨어져, 늪의 수면 위에서처럼, 내 심장까지 은은히 울려퍼졌다 사라지는 동심원들을 그려놓는다.(p.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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