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밑줄 긋는 남자

이사벨라아나 2008. 12. 14. 23:22

밑줄 긋는 남자 - 카롤린 봉그랑


한번 읽어보리라 늘 생각하면서도 잊어버려 빌리지 못한 책을 오늘은

마음먹고 찾아냈는데 약간 오래된 책이라 빛이 바래져 있었다.

콩스탕스라는 스물 다섯 살의 여자 이야기.

로맹가리라는 작가를 사랑하여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의 책은 모조리 사들이고

그의 전기를 통하여 그의 취향과 그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까지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탐방을 하며 그가 서른 한권의 책을 남기고 죽었음을 상기하고

달리 사랑할 남자가 없어서 다른 작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위해 도서관 회원이 된다.

처음 빌려온 세권중 한 권의 여백에서 ‘당신을 위해 더 좋은 것이 있습니다’라는

작은메모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일지만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반납을 하려는데

책 끝장에 도스토예프스끼의 ‘노름꾼’이라는 책을 권하는 낙서를

사서 지젤이 발견하는 바람에 주저없이 그 책을 빌리게 된다.

그 책을 읽으면서 밑줄이 그어진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일종의 자기한테 보내는 메시지로 착각을 하면서 자신만의 상상에 빠져든다.

누구인지도 모른 체 먼저 자신을 밝히고 자기를 사랑해 줄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신체에서부터 일상생활까지 자세히 적은 편지를 써서

지젤에게 적당한 사람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한다.

사서보조인 클리드로부터 자신이 밑줄 긋는 남자라고 하는 편지를 받고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서로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한 두번 만나고 끝나면서

클리드에게 진짜 밑줄긋는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받는다.

밑줄 긋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 사서보조인 클리드의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은 그 남자를 찾지 못하고 허무하게 소설을 끝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밑줄을 긋고 싶어도 못 긋는데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으면 책장 끝머리를 아주 작게 접는 버릇이 있다.

남이 그은 밑줄.

그것을 통해서 대화가 이루어지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독특한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