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장석주
'장자'와 노자의 '도덕경'을 머리맡에 두고 그 책들을 기백번은 읽었다는 시인 장석주.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원하지 않은 고등학교에 들어가 적응을 하지 못해 중퇴하고
책과 클래식에 빠져 살았던 그의 청년시절의 회고와 그가 소장하고 있다는 만여권의 책들과 함께 하며
시골에서의 일상 생활자체가 '느림'으로 다가오는 여유가 느껴졌다.
마치 오후 네시의 나른한 일상일거 같기도 한 그의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산책 내지는 등산으로 가득한
그의 삶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템포 느린 삶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언젠가는 결국 죽음이라는
것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에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 여유를 가지며 '느림의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보며
지극히 인간적인 그의 면모를 이 책을 통해서 또다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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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장자'를 읽으면 읽을수록 느림에 더 끌린다. 느림이란 무엇일까? 머물러 있는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게 느림이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지는 나에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한다.
그러므로 내 삶을 좋다고 여기면 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생명의 리듬에 따르는 것이 느림이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밤길을 걷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 밤길의 저 끝에는 우리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지의 여명,
그 신비한 새벽빛이 기다리고 있다.
늘 새로 시작하라!
시작은 텃밭에 씨를 뿌리는 것이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거둘 수가 없듯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씨를 뿌리며 수확의 날을 그린다.
시작은 이전의 실패와 오류를 바꾼다.
시작은 지난 시절의 게으름과 방황을 치유한다.
시작은 낡은 나에서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다.
신발 끈을 매는 마음으로 시작하라.
장강도 옹달샘에서 시작하고
태산도 티끌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지 마라.
큰 욕심은 시작을 어렵게 만든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하라.
처음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고
한 경전의 말도 있지 않은가!
항상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상상하라